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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가 말하는 미적 판단과 숭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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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가 말하는 미적 판단과 숭고

k지니 2021. 6. 27. 03:46

칸트는 미적 판단의 두 형식으로 미와 숭고를 구분한다. 즉 어떤 대상 x와 관련하여 'x가 아름답다'는 진술에 대한 판단과 'x가 숭고하다'는 진술에 대한 판단이다. 칸트는 '판단력비판'에서 '미적 판단력 분석'의 하위에 '미의 분석'과 '숭고의 분석'을 구분하여 논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분은 앞서 살펴보았던 버크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숭고의 분석에서 버크에 대한 비판적 논증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영향은 잘 드러난다. 하지만 칸트는 미와 숭고를 구분함에 있어 버크의 경험적, 심리적 차원과는 다른 선험적 원리의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즉 칸트에게 미와 숭고는 버크의 분석 영역인 대상의 경험적 속성이 아닌, 대상에 대한 주관 내의 반성적 판단의 영역이다. 이러한 영역에서 미와 숭고가 구분될 수 있는 지점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대상의 표상 형식 측면이며, 둘째는 표상 형식과 관련하여 인식 능력들이 관계하는 측면, 그리고 그로인해 발생되는 쾌의 성질의 차이가 그것이다.

첫째, 미는 표상의 형식에 있어서 항상 '한정성(Begrenztheit)'을 전제로 하는 있는데 반해 숭고는 '무한정성(Unbegrenztheit)' 또는 '몰형식성(Formlosigkeit)'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미적인 것은 대상의 형식에 관련이 있고, 대상의 형식은 한정에서 성립"하는데 반해, 숭고한 것은 "몰형식의 대상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몰형식의 대상에서 비롯되는 쾌가 숭고의 감정이다. 이 때 쾌의 감정이 발생되는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미의 경우에는 대상의 표상에 대한 합목적적인 형식의 판단을 통해 쾌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발생되는 반면, 숭고의 경우에는 몰형식의 반목적성으로 인해 불쾌의 감정을 동반하여 이성의 사유 안에서 합목적성이 비로소 달성되어 쾌에 이르는 간접적인 방식을 경유한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의 미적인 것을 위해서는 우리 밖에서 하나의 근거를 찾아야 하지만 숭고한 것을 위해서는 한낱 우리 안에서, 그리고 자연의 표상에 숭고성을 집어넣는 사유방식 안에서 하나의 근거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요컨대, 대상의 표상 형식에 있어서 미와 숭고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미적 대상이 한정할 수 있는 표상 형식인가 그렇지 못한가의 차이이며, 한정된 표상의 조화로운 형식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아름다움이라고 한다면, 포섭되지 않는 표상의 몰형식에 대해 느끼는 불쾌를 거친 간접적인 쾌의 감정이 숭고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차이는 대상의 표상이 인식 능력들과 관계하는 방식에 있다. 주관은 대상을 표상하고 의식함에 있어서 상상력이 오성, 또는 이성과의 관계를 통해 쾌, 불쾌의 감정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에서 미와 숭고를 판단하는 차이가 드러난다. 미의 경우에는 한정적이고 표상의 형식에 대한 상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유희, 조화로운 합목적적 통일의 의식으로 불러일으켜지는 쾌이다. 여기에서 대상의 표상을 한정적 형식으로 제한하여 개념에 의해 통일을 부여하는 능력은 오성이다. 하지만 숭고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표상의 형식이 무한정성, 몰형식성을 띄게 되는데 이러한 형식은 상상력과 오성에 의한 개념적 포섭이 좌절하게 됨에 따라 불쾌의 감정을 일으키게 된다. 포섭되지 않는 몰형식적 표상으로 의해 상상력과 오성은 한계를 맞게 되고 이로 인해 이성의 관여는 불가피하다. 좌절된 상상력은 진지함(Ernst) 속에서 이성과 관계하고 여기에서 무제약자(das Unbedingte)의 이념을 상정할 수 있는 이성에 의해 불쾌는 비로소 쾌로 전환된다. 다시 말해 무한정성을 미감으로 파악할 수 없는 상상력과 오성의 한계는 이성의 관여, 무제약자의 이념을 통해 합목적적 형식의 미적 판단이 가능해지며, 여기에서 이성의 이념을 매개로 하여 상상력과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불러일으켜지는 쾌가 바로 숭고다.

미와 숭고의 세 번째 차이로, 상상력이 오성과의 조화를 통해 얻는 미적인 쾌와 이성과의 관계를 통해 얻는 숭고의 쾌는 질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즉 숭고에서 비롯되는 쾌는 미의 긍정적인 쾌(positive Lust)가 아니라, 부정적인 쾌(negative Lust)의 성격으로 나타나게 된다. 숭고에서의 쾌는 오성의 개념 규정을 통한 상상력과의 합목적적이고 긍정적인 조화가 아닌, 표상의 형식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상상력의 좌절, 이성과의 상쟁(Widerstreit)의 부정의 의식을 거친다는 점에서 소극적이며 부정적인 쾌이다. 또한 미와 숭고가 다다르는 쾌의 감정 또한 다른 성질로 느껴지는데, 미에 있어서는 상상력과 오성간의 조화와 통일에 따른 정적인 관조(ruhige Kontemplation)의 상태로 나타나는데 반해, 숭고는 상상력의 좌절과 이성과의 상쟁에 의한 동요의 감정을 낳는다. 이러한 동요의 감정은 대상을 총체적으로 표상할 수 없음으로 인한 부정의 감정이면서 동시에 표상할 수 없음에 따른 대상에 대한 존경과 경탄의 감정 또한 마음속에서 불러일으켜지는 복합적인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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