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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숭고와 도덕적 감정 이해 본문
미적 이념은 미의 체험보다 숭고의 체험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즉 미의 경우 상상력과 오성 개념과의 조화를 통해 대상을 감성적 형식으로 표상할 수 있는 반면에, 숭고는 감성 형식의 한계를 넘어선 몰형식의 대상을 표상하기 위해서는 미적 이념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칸트는 미적 이념을 "이성 이념의 대응물(Pendant)"이 되는 "상상력의 표상"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이념과 미적 이념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념이란 경험될 수 없고 표상될 수 없는, 감성을 초월한 사유의 대상일 뿐인 것으로 본래 이성의 산물이다. 따라서 감성적 소재로 구현된, 표상화된 이념으로서의 미적 이념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칸트 또한 이에 대해 미적 이념은 "상상력의 표상이지만 어떠한 언어로도 도달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미적 이념은 인식될 수 없고 다만 직관 될 수 있으며 이 직관에 적합한 개념은 찾을 수 없다.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념과 미적 이념은 공통적으로 감성적으로 인식될 수 없으며 경험될 수 없는 초 감성적인 영역에 속하며, 미적 이념은 상상력의 직관을 통해, 이념은 이성의 사유에 의해 포착될 수 있다. 따라서 미적 이념을 단순히 이념이 감성적으로 가시화하여 드러난 표현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칸트의 말에 따르면 미적 이념은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 있는 어떤 것에 이르려고 애쓰고 있고, 이성개념들을 현시하는 데 접근하고자 하여, 이성개념들에 객관적 실재성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하는 상상력의 표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단순한 감성적 표상은 이념을 감당할 수 없고 미적 이념만이 이러한 이념의 적절한 감성화에 접근할 수 있다.
칸트는 미적 이념과 관련하여 시적 언어를 예로 들었다. "시인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자들의 이성 이념들, 즉 천국, 지옥, 영원, 창조 등과 같은 것들을 감성화하고자 감히 시도하며, (중략) 경험의 경계를 넘어서, 최고의 것에 이르려 이성의 선례를 좇으려고 열망하는 상상력을 매개로, 자연에서는 실례를 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감성화하고자 감히 시도한다."라고 표현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칸트의 미적 이념을 예술 작품에 표현하는 정신 능력이 바로 천재다. 그리고 이러한 천재의 미적 이념은 숭고의 체험에서 현시될 수 없는 이성의 이념을 현시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예술에서의 숭고의 재현을 위해 이념과 창작된 표상을 매개한다. 거꾸로 말해 미적 이념의 필요는 스스로 이를 상상할 수 있는 천재적 능력을 요청한다. 칸트의 천재 개념은 아름다운 예술을 판단하고 표현하는 하나의 창조 능력으로 수용되어 이후의 미학적 논의와 시와 문학의 낭만주의 문예사조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금까지도 천재 개념을 다룰 때 항상 거론되고 있다.
칸트는 숭고의 경험이 이성의 이념적 사유를 요청할 뿐 아니라 도덕적 감정을 고양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음 또한 언급한다. 이는 미적 경험이 도덕적 성향의 창출 및 유지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도구적이라는 것이다. 칸트는 이에 대해 "양자(미와 숭고)는 도덕적 감정과의 관계에 있어서 합목적적이다. 미는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무언가를, 심지어 자연 그 자체까지도 무관심적으로 사랑하도록 마음의 준비를 시킨다. 반면에 숭고는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무언가를, 심지어 우리 자신의 관심에 거슬릴지라도, 높이 존중하게끔 마음의 준비를 시킨다."라고 하였다. 칸트에게 있어 도덕적 감정은 실천적 행위에서 자신의 이해와 욕심과는 무관하게 주어지는 만족감으로서, 미적 대상이 가져다주는 무관심적인 쾌와 유사한 만족의 원리를 가지며, 따라서 미적인 경험은 우리로 하여금 도덕적 감정으로 이행하기 쉽게 한다. 칸트는 "자연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선한 영혼의 표징이며, 만약 이 관심이 습관적이라면, 그것은 적어도 도덕적 감정에 호감을 느끼는 마음의 상태"라고 말하며 미적 경험과 도덕적 감정의 고양에 관한 관련성을 언급한다. 또한 미적 경험은 우리에게 쾌의 감정에서 합목적성에 주목할 것을 가르침으로써 우리를 도야시키는데 이는 미적 판단과 그리고 그것의 형식적 조건들과 친화적인 도덕적 감정의 고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언급한다. 미적 경험과 도덕적 감정 사이의 연관성은 특히 숭고의 경험에서 더욱더 가깝게 찾아볼 수 있다. 칸트는 숭고의 감정에 마음이 조화되기 위해서는 이념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데 따라서 자연의 숭고함에 대한 미적 판단에는 문화적으로 도야된 감수성이 요구되고 이러한 미적 판단은 인간의 본성 속에 그 뿌리는 두면서도 사람들이 상식과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요구하거나 기대할 수 있는 것에서, 말하자면 이념들, 즉 도덕적인 것에 대한 감정의 경향성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미적 판단으로서 숭고는 마음의 초감성적인 힘을 인지하는 데서 기인하는 쾌의 감정인데, 그러한 마음의 초감성적인 힘은 도덕성의 필수적 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숭고의 경험은 도덕적 감정을 고양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거꾸로 도야된 도덕성을 통해서 숭고의 감정은 경험될 수 있다. 칸트는 이를 강조하며 사실 도덕적 이념의 발전이 없으면 문화에 의해 준비된 우리가 숭고하다고 부르는 것이 미개인에게는 한낱 겁먹게 하는 것으로 나타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