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그송의 생성하는 시간
화살의 역설은 양분의 역설과 마찬가지로 운동의 부정을 위해 제시된 역설이다. 흔히 `양분의 역설`과 `화살의 역설`이 같은 논증으로 이해되지만, 화살 역설의 논증에는 운동과 시간의 관계가 언급되고 있다. "날아가는 화살은 각각의 모든 지금 순간(en to nyn)에 그 자신과 동일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즉 화살이 날아가는 공간상의 궤적은 무한히 가분할 수 있고 그 각각 고정된 위치점에 대응하는 각각의 모든 지금 순간이 있다. 따라서 날아가는 화살은 지금 순간들로 이루어진 모든 시간 동안 정지하고 있으므로 날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제논의 역설에 대한 납득할 만한 논리적 구성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많다. 대표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하는 화살의 역설은 다음과 같다. "제논의 논의는 오류이다. 왜냐하면 그는 말하기를, 모든 것은 그 자신과 동일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을 때 정지하거나 운동하고 있는데, 날고 있는 것은 항상 지금 순간에 자신과 동일한 장소를 점유하고 있다면, 날아가는 화살은 정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논증이 잘못된 것은 시간이 불가분의 순간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화살의 역설에도 앞서 양분의 역설에서 살펴본 무한분할의 논리가 깔려있다. 공간을 무한 가분하여 무한한 점의 연속으로 볼 수 있듯이 `시간`도 그 공간점에 대응하는 시간점으로 가분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사실상 시간을 정지시키고 있어야 한다. 양분의 역설이 말하는 "운동체는 운동을 끝마침에 있어서 무한한 것을 지나야 한다."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로 공간을 무한 가분하고 운동을 운동체의 공간상의 분할된 궤적을 지나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과연 이렇게 시간과 운동을 공간처럼 분할하여 공간상의 점처럼 환원하여 고정할 수 있는 것인지가 의문시된다. 제논은 무한 분할의 논리적 모순을 내세워 귀류 논증으로 다자와 운동을 부정하고 있지만, 사실은 시간과 운동에 공간 무한 분할의 논리를 덧씌움으로써 생성의 유죄를 입증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논이 발견해낸 여러 역설은 수많은 존재론적, 수학적 사유들을 촉발했다.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무한소 미분이다. 무한, 연속성, 극한 등을 사유하는 과정에서 미적분이 탄생하였다. 또한, 철학사의 맥락에서 제논의 역설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위한 사유를 촉발하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베르그송은 제논의 역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생성론적 사유(생철학)를 창안하였다. 그는 제논의 역설이 시간과 운동을 공간화하였다는 것을 발견하여 존재론에서 생성론으로 철학적 패러다임을 전환하였다. 베르그송의 철학은 생성에 대한 무죄 변론이다.
베르그송은 제논의 역설이 시간과 공간을 서로 혼동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았다. 시간과 공간을 구별하면 역설은 해소된다. 제논의 양분 역설에서 공간은 무한분할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운동이 이루어지려면 무한수의 점들을 통과해야 하므로 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베르그송이 보기에 엘레아학파의 궤변은 `운동`과 `운동체가 주파한 공간`을 혼동함으로써 생겨난 것이다. "엘레아학파의 착각은 일련의 불가분적이며 독자적인 행위를 그 밑에 놓인 동질적 공간과 동일시한 데서 비롯된다." 제논은 운동을 운동하지 않는 공간상의 위치로 환원하여 설명하려 하였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운동은 분할 불가능하다. 분할 불가능한 운동을 공간상에서 분할하여 놓고 오히려 운동의 불가능성을 논증한 셈이다. 그렇다면 무한히 나누어진 공간을 단번에 불가분적인 뜀박질로 지나가는 것이 운동이라고 지적함으로써 역설을 극복할 수 있다. 운동의 분할 불가능한 단일성을 논증하는 베르그송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가 손을 A점에서 B점으로 움직여갈 때 중도의 어느 한 점에서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우리는 동일한 운동을 하고 있지 않다. A로부터 B로의 단순한 운동은 이제 없다. 가설에 따라 이제는 간격을 지닌 두 개의 운동이 있게 된다. A로부터 B로의 운동 그 자체를 시작할 때, 나는 그것이 분할되지 않았다고 느끼며 그것은 불가분적(不可分的)이라고 천명해야 한다."
베르그송은 하나의 운동은 단일하고 완결적이라고 말한다. 만일 운동을 궤적상에서 임의로 분할한다면 그 운동은 전혀 별개의 운동이 된다. 운동이 AB구간 사이에서 무수한 점들로 분할 가능하다면 운동은 그것이 지나가는 공간 위에 덧붙여진 것일 텐데, 이는 움직이는 것을 움직이지 않는 것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은 중도에 끊김이 없이 한 번의 도약으로 완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