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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초 감성적인 이념이란 현시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현상에 속하는 인간의 언어와 개념에 의해 포착될 수 없는 무한성에 속하기 때문이다. 초감성적 이념은 제약의 전체성을 표상하는 순수 이성의 개념으로 경험이 가능한 대상들은 제약의 전체성 아래에서 감성적인 형식을 부여받게 된다. 경험의 대상이 되는 모든 제약자는 체계적으로 상위 제약자에 제약되어 있으며 제약자의 상위 제약자를 계속 상정하게 되면 결국 제약자의 가장 높은 곳에 어떤 무제약자가 있음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무제약자를 찾는 것이 이성에게 주어진 과제로 부여된다. 이러한 요구 때문에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제약자 전체 체계를 통일하는 개념으로 순수 이성의 이념을 제안하는 것이다. 상상력의 한계를 넘는 초감성적 형식..
수학적 숭고가 무한정의 크기와 관련된 판단이라면 역학적 숭고는 위력(Macht)과 강제력(Gewalt)에 관련된다. 위력이란 "커다란 장애들을 압도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으며, 어떤 위력이 다른 위력의 저항을 압도할 때, 그것은 지배하는 힘이며, 이를 강제력이라 말한다. 미적 판단에 있어서 "아무런 강제력도 가지지 않는 위력"으로 간주할 때 이는 "역학적으로 숭고한 것이다." 역학적 숭고는 상상력이 표상하지 못하는 거대한 힘을 마주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미적 감정으로서 칸트는 주로 인간이 저항할 수 없는 위력적인 힘이라고 하였다. 대표적인 예로는 대자연이 있다. 칸트는 미적 감정을 대자연에 비교하여 기발하게 높이 솟아 마치 위협하는 것 같은 암석, 번개와 천둥소리와 함께 몰려오는 하늘 높이 솟아오른 먹구..
칸트는 "미적인 것을 판정할 때에 미적 판단력은 자유롭게 유희하는 상상력을 오성과 관련지어 오성의 개념들 일반과 부합하도록 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어떤 사물을 숭고하다고 판정할 때는 똑같은 능력(상상력)은 이성과 관련하여 그 이념들과 주관적으로 합치하도록 한다. 다시 말해, 일정한 이념들이 감정에 영향을 미쳐 일으키게 되는 그런 마음의 정조에 맞고 그와 화합될 수 있는 하나의 마음의 정조를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칸트는 미와 숭고는 차이가 있으며, 미적인 쾌락과 이성과의 관계를 통해 얻는 숭고의 쾌락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하였다. 더불어 무한한 것을 상상력이 파악할 수 없는 불쾌가 이성의 관여를 통해 쾌로 전환되지만,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이성은 상상력에 규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칸트는 미적 판단의 두 형식으로 미와 숭고를 구분한다. 즉 어떤 대상 x와 관련하여 'x가 아름답다'는 진술에 대한 판단과 'x가 숭고하다'는 진술에 대한 판단이다. 칸트는 '판단력비판'에서 '미적 판단력 분석'의 하위에 '미의 분석'과 '숭고의 분석'을 구분하여 논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분은 앞서 살펴보았던 버크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숭고의 분석에서 버크에 대한 비판적 논증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영향은 잘 드러난다. 하지만 칸트는 미와 숭고를 구분함에 있어 버크의 경험적, 심리적 차원과는 다른 선험적 원리의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즉 칸트에게 미와 숭고는 버크의 분석 영역인 대상의 경험적 속성이 아닌, 대상에 대한 주관 내의 반성적 판단의 영역이다. 이러한 영역에서 미와 숭고가 구분될..
칸트는 순수 오성의 개념으로서 범주를 양(Quantitat), 질(Qualitat), 관계(Relation), 양태(Modealitat)의 네 가지의 계기에서 분석하는데 미적 판단에서도 동일하게 네 가지 계기를 적용하여 분석한다. 다만 미적 판단에서는 분석의 순서에서 오성 범주의 분석과는 다르게 양이 아닌 질을 제1계기로 한다. 이에 대해 칸트는 "미에 대한 미적 판단이 이 계기를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미적 판단이 질적 계기를 먼저 고려하는 이유는 판단의 근거가 주관의 쾌, 불쾌의 감정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미적 판단이 논리에 근거한 일반적인 인식판단과 다른 가장 본질적인 차이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적 판단이 오성의 논리적 범주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
미와 숭고의 판단 원리는 무엇일까? 그 원리를 살펴보기 전에 미와 숭고에 대한 진술 판단이 진리 인식에 대한 진술의 논리적 판단과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칸트는 판단력 일반의 개념을 '순수이성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는 판단력을 어떤 것을 "규칙들 아래에 포섭하는 능력, 다시 말해 무엇인가가 주어진 규칙 아래에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판단력은 다시 '규정적 판단력(die bestimmende Urteilskraft)'과 '반성적 판단력(die reflektierende Urteilskraft)'의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데, 칸트는 규정적 판단력을 "보편적인 것이 주어져 있다면, 특수한 것..
고통을 숭고의 기원으로 놓았다는 바로 이 점은 버크의 숭고 개념의 특별한 의미임과 동시에 이후 미학사의 숭고 개념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숭고는 고통에 기원하여 즐거움으로 전이하는 간접적인 감정, 고통과 즐거움이 경계 없이 공속하는 혼합 감정으로서, 숭고 감정의 이러한 이중성에 대한 버크의 설명은 특히 칸트와 쇼펜하우어에게 그대로 수용되어, 미와 구분되는 숭고 감정의 중요 특징으로 간주된다. 또 한편으로 버크는 숭고에 의해 유발되는 부가 감정으로 공포(terror), 경악(astonishment), 경외(reverence) 등을 설명하는데 이러한 숭고의 감정을 유발하는 대상의 속성으로 거대한 규모나 위협이 되는 자연의 힘, 또는 감각적 인식으로 한계를 지각할 수 없는 사물의 무한함과 웅장함을 열거..
버크의 탐구는 감상자의 경험과 사물의 속성의 보편적인 관계를 탐구함으로써 취미에 대한 학문을 정립하고자 시도한 저서이다. 이러한 그의 의도는 탐구의 서론 '취미에 관하여'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사람들이 "서로 매우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취미 각각에 관해서 모든 인간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언급하며 취미에 대한 "공통적인 판단의 원리나 감상의 원리"를 밝혀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버크는 취미에 관련된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에 근거하여 취미를 미와 숭고의 두 가지 개념으로 범주화하고, 철학, 심리학, 생리학, 물리학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미와 숭고의 경험을 다룬다. 특히 그는 감상 대상의 속성이 감각기관을 자극함에 따라 신체 내부에서 어떠한 ..